시리가 드디어 쓸만해지나? Apple의 AI 반격이 시작된다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Apple이 드디어 칼을 뽑았다. Siri를 완전히 갈아엎겠다는 소식이 Bloomberg을 통해 흘러나왔다. 코드명은 "Campo". 단순한 업데이트가 아니라 대화형 AI 에이전트로의 전면 재구축이다. ChatGPT, Gemini에 밀려 존재감을 잃어가던 Siri가 마침내 반격에 나선다.
솔직히 말하면, Siri는 오랫동안 "있지만 안 쓰는" 기능이었다. 타이머 맞추고 날씨 물어보는 정도가 한계였다. ChatGPT가 세상을 뒤흔든 2023년 이후에도 Apple은 Apple Intelligence라는 이름으로 뭔가를 내놓긴 했지만, 실망스러운 출발이었다. Hacker News 커뮤니티 반응은 여전히 "It's still Siri"라는 한 줄 요약이 지배적이었고,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Apple이 AI 경쟁에서 완전히 뒤처졌다는 평가가 굳어지고 있었다.
Campo 프로젝트, 뭐가 달라지나
Yahoo Finance 보도에 따르면 Apple은 자체 Foundation Models에 Google Gemini 기술을 결합한다. 계약 규모만 약 10억 달러(한화 약 1조 4천억 원). Apple이 외부 AI 기술을 이 정도 규모로 끌어들이는 건 회사 역사상 이례적인 일이다. 자존심 강한 Apple이 구글 기술을 빌려 쓴다는 것 자체가 위기감의 크기를 보여준다.
새 Siri가 할 수 있는 일을 살펴보면 기존과는 차원이 다르다.
- 개인 데이터 접근 — 메시지, 노트, 이메일을 읽고 맥락을 파악해서 대화에 활용
- 앱 내 작업 수행 — "어제 받은 영수증 사진 찾아서 가계부 앱에 입력해줘" 같은 멀티스텝 명령 처리
- 웹 기반 상세 응답 — 단답형이 아닌 검색+요약 형태의 풍부한 답변 제공
- 독립 Siri 앱 + 시스템 전체 통합 — "Ask Siri"라는 이름으로 어디서든 호출 가능
핵심은 단순 음성 명령에서 대화형 에이전트로의 전환이다. 지금까지 Siri에게 뭘 시키려면 정해진 문법대로 말해야 했다. Campo 프로젝트의 Siri는 자연스러운 대화 흐름 속에서 여러 앱을 넘나들며 복잡한 작업을 처리하는 게 목표다.
내 생각엔, Apple이 진짜 바꾸려는 건 Siri의 기능이 아니라 사용자 습관이다. 사람들이 "시리야"를 부르는 게 부끄럽지 않은 경험, 한 번 써보고 다시 안 쓰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매일 쓰는 도구로 만들겠다는 거다.
서드파티 AI도 Siri 안으로 들어온다
이번 리부트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이 따로 있다. iOS 27부터 Gemini, Claude 같은 외부 AI 모델이 Apple Intelligence 확장 기능으로 Siri에 직접 통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원하면 Siri 뒤에서 돌아가는 AI 엔진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지금까지 Apple은 자기 생태계 안에서만 놀았다. 앱 스토어도, 결제 시스템도, 메시지도 전부 폐쇄적으로 운영해왔다. 그런데 AI만큼은 경쟁 모델에 문을 열어준다? Reddit r/apple에서도 이 소식이 뜨겁게 논의됐는데, 반응은 크게 두 갈래다.
"Apple 답지 않게 개방적이다"라는 긍정론과, "자체 모델에 자신 없으니까 외주 주는 거 아닌가"라는 냉소론. 솔직히 둘 다 맞는 말이다. Apple의 자체 AI 모델은 GPT-4나 Claude 3.5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게 현실이고, 그 격차를 빠르게 메우기 위한 현실적 선택으로 보인다.
WWDC 2026, 6월 8일이 분수령
공개 일정은 확정됐다. 6월 8일 WWDC에서 iOS 27, macOS 27과 함께 새 Siri를 선보인다. 다만 Bloomberg은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많은 기능이 가을까지 준비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Apple의 고전적 패턴이다. WWDC에서 화려한 비전을 보여주고, 실제 완성은 그해 가을이나 이듬해로 미룬다. Apple Intelligence 첫 공개 때도 비슷했다. 2024년 WWDC에서 발표했지만 핵심 기능은 수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풀렸고, 한국어 지원은 훨씬 뒤에야 추가됐다.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라면 실제 체감은 2026년 하반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벌써 Siri 대체재가 뜨고 있다
Apple이 늑장을 부리는 사이, 빈자리를 노리는 앱도 등장했다. Hacker News에서 화제가 된 "Dot"이라는 앱은 Apple Shortcuts를 학습해서 Siri보다 똑똑하게 자동화를 처리한다. HN에서 8포인트를 받으며 개발자 커뮤니티의 관심을 끌었는데, 반응도 호의적이다.
이런 틈새 앱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Siri에 대한 불만이 깊다는 반증이다. Apple 생태계 안에서조차 Siri를 우회하려는 시도가 나올 정도니, Campo 프로젝트가 성공하지 못하면 서드파티 어시스턴트에 시장을 내줄 수도 있다.
삼성 Gemini와의 경쟁 구도
어제 다뤘던 삼성의 Gemini AI 통합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삼성은 이미 Galaxy S25 시리즈부터 Gemini를 기본 어시스턴트로 밀어넣었고, One UI 전반에 AI 기능을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Google과 삼성의 밀착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Apple도 Google Gemini 기술을 가져오면서 동시에 서드파티 개방까지 택했다.
재미있는 건 Apple과 삼성 모두 Google Gemini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AI 어시스턴트 전쟁의 진짜 승자는 양쪽 모두에 기술을 공급하면서 검색 기본값 자리까지 유지하는 Google일 수도 있다. 이건 꽤 아이러니한 구도다.
한국 아이폰 사용자에게 의미하는 것
한국은 Apple Intelligence 지원 언어에서 여전히 후순위다. iOS 18.4에서 한국어 지원이 시작되긴 했지만, 핵심 AI 기능 상당수는 영어 중심이다. Campo 프로젝트의 대화형 에이전트가 한국어를 얼마나 깊이 지원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한국어 자연어 처리는 영어와 문법 구조가 크게 달라서, 단순 번역으로는 자연스러운 경험을 만들기 어렵다.
다만 서드파티 AI 개방이 실현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어에 강한 Claude나 Gemini가 Siri 안에서 작동한다면, Apple이 자체적으로 한국어를 완벽하게 지원하지 않아도 사용 경험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오히려 삼성 갤럭시보다 다양한 AI 모델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Apple의 AI 반격, 이번엔 다를까
HN 커뮤니티의 냉소가 틀렸으면 좋겠다. 2011년 Siri가 처음 나왔을 때의 충격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Apple이 뭔가를 제대로 만들었을 때 얼마나 판을 바꾸는지 안다. 문제는 그 이후 13년 동안 Siri가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거다.
10억 달러짜리 Google 파트너십, 서드파티 AI 개방, 코드명까지 붙인 전면 재구축. Apple이 이 정도로 판을 벌인 적은 최근 몇 년간 없었다. 실패하면 AI 시대의 주도권을 완전히 잃고, 성공하면 20억 대 이상의 Apple 기기가 한순간에 AI 에이전트 플랫폼이 된다. 6월 8일, WWDC가 그 답을 보여줄 차례다.